식량 무기화 먼 얘기가 아니다
- 작성일
-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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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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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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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설] '식량 무기화' 먼 얘기가 아니다
출처 : 광남일보(2011. 2. 15)
국제 곡물가격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물론 세계적인 식량 확보 전쟁에 따른 걱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쌀 옥수수 설탕 등 주요 식품의 도매가격을 지수화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1월 식품가격지수는 230.7로, 식량 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6월의 213.5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옥수수 가격은 불과 1년 새 70%나 올랐고, 콩도 50% 넘게 급등했다.
이 같은 곡물가 급등은, 미국 러시아 브라질 호주 등 곡물 수출국들이 거듭된 홍수와 가뭄, 폭설 등 이상 기후로 큰 피해를 입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사재기와 투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곡물가격이 더 올라가는 악순환까지 반복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지구촌 전체의 식량 부족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곡물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특히 국제식량정책연구소는 기후변화로 곡물 산출량이 줄면서 2050년, 세계적으로 심각한 식량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식량 무기화의 위험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세계 3위 밀 생산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출을 금지했고, 우크라이나도 주요 곡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다. 일부 국가들의 사재기도 가열되고 있다. 심지어 세계 3, 4위 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마저 쌀 사재기에 나설 정도라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끔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지난 2005년 29.4%를 정점으로 해마다 낮아져 2008년에는 26.2%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더구나 쌀을 빼면 다른 식량의 자급률은 4∼5%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식품가격은 국제 가격 변동에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최고 수준이었으며, 올 들어서도 큰 폭의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필요한 곡물의 수입 물량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정이 더 나빠지기 전에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최악의 상황을 가정, 이에 대비한 안정적인 곡물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추진 중인 국제곡물유통회사 설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는 곡물 메이저들에 의존하고 있는 수입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정장치다. 밀 옥수수 콩 등 자급률이 극히 낮은 작물의 정부 비축량을 최대한 늘리고, 해외 곡물 생산기지를 적극 확보하는 등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