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 농업을 알자
- 작성일
- 2011-05-31
- 등록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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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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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정 <전남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필자는 지난 5월 12일부터 19일까지 호주, 뉴질랜드 농업을 알기 위해 8일간의 일정으로 호주 시드니, 뉴질랜드 오클랜드 로타로와 지역을 다녀왔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11시간이 넘게 소요되고 적도 남반부에 위치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기후적으로 정반대이다.
호주는 국토의 61%가 온대기후대에 속하고 연평균 강수량은 465㎜로 건조하며 12~2월의 하절기 낮기온은 평균 30℃, 7~9월의 동절기 평균 최저기온은 5℃ 내외로 일교차가 크다. 뉴질랜드는 온화한 해양성 기후이고 4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크지 않아 농사짓기에 아주 유리한 조건이다.
필자가 주로 방문한 곳은 축산농가, 한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가든농장, 도매시장과 마트, 도시중심지에서 화훼 종자, 종묘, 비료 등 자재를 판매하는 종합판매장 등으로 호주, 뉴질랜드 농업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였다. 이러한 체험 현장학습은 호주, 뉴질랜드 농업을 이해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으나 우리 농업이 이들 나라 농업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기술을 보급할 것인가에 더 걱정이 앞섰다.
호주의 국토 면적은 768만㎢로서 남한의 80배이고, 뉴질랜드는 27만㎢로서 2.7배이다. 특히 호당 경지면적은 호주는 368㏊로 우리나라의 253배, 뉴질랜드는 189㏊로 130배에 달하고 1인당 GDP도 우리나라보다 각각 1.4~2.7배 많다.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영농 규모이지만 우리 농업이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집약적 소규모의 정밀농업이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와 경쟁에서 이기려면 작지만 강한 경영체 ‘강소농’을 육성하는 길이라고 본다.
과수원에서 본 키위, 사과농장은 우리나라처럼 과수원에 부직포, 비닐 등을 피복하지 않고 초생재배에 의한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으며 축산의 경우도 우리나라는 비좁은 축사에서 농후사료에 의존한 사육을 하지만 이들 두나라는 광활한 초지에서 방목, 풀사료 위주로 사육을 한다. 우리나라 축산형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난 해 11월부터 전·남북을 제외한 일부 지역에서 발생해 축산 농가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축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위해서는 동물복지형 축산을 조속히 정착시켜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 전남도에서는 지난해 동물복지형 축산조례를 전국에서 제일 먼저 제정 시행한 것은 매우 앞서간 축산 행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키위, 사과 등 16㏊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에게 키위를 어떻게 생산 판매하느냐고 물었다. 농가는 정부의 보조금은 받지 않고 제스프리사와 계약재배를 한다고 했다. 제스프리사는 2천600여 키위농가가 결성한 조합형 회사로서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고 기술, 정보 등을 제공해 준다. 특히 농가는 고품질 키위 생산에만 주력하고 생산된 키위를 전담 판매 해준 세계 최고의 유통회사이다. 농업인이 생산에서 판매까지 책임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우리 농업도 품목별로 조직화를 통한 규모화가 시급하다.
농산물 가격이 좋을 때는 농가들이 작물 재배면적과 가축 사육두수를 늘리려고 할텐데 어떠냐고 물었다. 뉴질랜드는 그렇지 않는다고 했다. 가격이 높다고 하더라도 작물 재배면적과 가축두수를 늘리지 않고 농가 스스로 적정 규모를 유지하도록 조절해 나간다는 것이다. 농가는 많이 생산하여 낮은 가격을 받는 것보다 적정 생산으로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 오히려 소득이 높다는 것이다. 이 또한 우리 농업과 다르다. 우리 농업인도 스스로 재배·사육량을 조절하는 아량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다. 글로벌시대 호주, 뉴질랜드 농업을 알아야 한다. 우리 농업은 규모가 작다. 이들 농업과 규모로 경쟁해서 이기기는 어렵다. 농촌진흥청과 전남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경영체 ‘강소농’육성, 친환경농업과 동물복지형 축산정착, 품목별 조직화 규모화, 농가 스스로 생산량을 조절 해나가는 의식 등이 현장에서 강력히 이루어진다면 호주, 뉴질랜드 농업을 경쟁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