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소재산업 육성 농업 살릴 수 있다
- 작성일
- 2011-06-21
- 등록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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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의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빅마트’는 내가 사는 광주 봉선동의 상권을 좌우할 만큼 위세가 대단했다. 식품 매장에는 우리지역 농민들이 키운 싱싱한 채소나 과일은 물론 팥, 콩, 깨 따위 양념도 풍성했다. 그런데 향토기업 빅마트를 밀어내고 그 인근에 들어선 대형 마트 풍경은 사뭇 다르다. 상품규모가 다양하고 물량도 엄청나다. 하지만 그곳에서 과거 빅마트 시절 친숙했던 우리지역 농산물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와 같은 현상에서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이 파괴돼버렸다는 점. 둘째, 농산물 소재산업의 미발달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농업’은 이미 논밭에서 단순히 ‘먹거리를 조달’하는 것에서 대량생산과 유통시스템을 갖춘 ‘산업’으로 변화했다. 자가 경작에 의해 수천년 동안 이어져왔던 농업은 20세기 말부터 인류가 과거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순환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다. 중국이나 미국, 남미의 광활한 농장에서 대량 재배된 값싼 농산물이 밀려왔다. 관세장벽마저 WTO협약으로 무너지고 나자 마치 쓰나미처럼 순식간에 우리 식탁을 휩쓸어버린 형국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조금은 진부하게 들리는 질문을 해보자. 농업을 포기하고 모든 먹거리를 외국산에 의존할 것인가? 아니면 유사시를 대비하여 최소한의 식량 자급률이라도 유지할 것인가?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판단이 중요한 것은 만약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농업은 회생이 어려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국제농산물가격의 변동이 심상치 않다. 2차대전 이후 농산물은 지속적으로 공급과잉 산업이었다. 녹색혁명의 결과다. 그러나 요즘 지구환경 변화로 인한 생산 감소는 가격상승을 예고한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도 식량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환경오염에 따른 먹거리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다. 과거와 달리 농산물의 재배와 가공, 소비가 완전히 분리돼 있다. 마트에서 사서 먹는 식품들이 정말 안전한지 소비자들이 확인할 방법이 별로 없다. 게다가 가격경쟁력만을 의식하여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간다. 우리 농산물이라면 정부가 이런 점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등지에서 밀려오는 값싼 외국 식품의 경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머리를 갸웃거린다. 특히 대부분의 식품들이 수입된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농업부문을 최소한 어느 정도의 비율로 유지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당국의 목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농업부문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도 20%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농산물이 소비되기 위해서는 식품소재로 가공해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소재 및 바이오소재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급선무다. 생명공학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발효식품이나 천연물추출 등 우리나라의 전통식품 분야에서도 소재산업의 고도화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전남생물산업진흥재단이 식품소재 및 바이오융합소재 산업의 육성에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