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사랑 외길 15년’ 일본식탁 사로 잡았다
- 작성일
- 201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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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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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개척자’ 대변신… 전국 690명 조합원 참여
국내시장 점령 연 300억원대 법인대표 자리매김
고부가지역 특산물 불구 행정적 지원없어 아쉬움
“철저한 관리시스템 운영…세계 브랜드로 키울 것”
21일 함평군 신광면 가덕리 ‘함평 자연생태공원’ 인근· 국도변 거대한 호박을 머리에 얹은 입간판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박사랑’ 국내 미니 밤호박과 단호박 생산의 산실이자, 전진기지다. 컨베이어 벨트가 쉼 없이 돌아가는 공장안. 무게·크기에 따라 호박을 자동 분리하는 선별작업을 유독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눈에 띄었다. 이곳 호박사랑영농조합법인 백인엽(48)대표다. 그는 국내 미니 밤호박과 단호박 생산의 개척자로 불린다. 밤호박, 단호박 등 이름마저 생소한 호박씨를 뿌려 원산지 일본의 식탁마저 점령한 저력의 ‘농군’이기도 하다. 나주 영산포가 고향인 백 대표와 호박과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유명 백화점 구매팀에서 4년여를 근무할 때였죠. 문득 샐러리맨 대신 다른 무언가에 인생을 걸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96년 배낭 하나를 메고 세계여행을 떠났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접한 ‘호박 페스티벌’은 무릎을 치게 했죠.”
미국에서 다양한 호박의 세계에 매력을 느낀 백 대표는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였던 일본에서 호박의 상품성을 확인했다.
“당시 미니 밤호박이 일본에서 신상품으로 갓 출시됐었죠. 먹어보니 맛이 좋아 무조건 되겠다는 생각에 600만원을 들여 밤호박 씨앗을 페트병에 담아 들여왔어요.”
호박을 통해 농사꾼으로 길을 바꾸겠다고 결심한 그는 이듬해인 지난 1997년 전남농업기술원의 추천을 받아 함평 대동면에 1만여평의 땅을 임대해 6,000여평에 밤호박 씨를 뿌렸다.
농기계와 주택 구입 등에 모두 1억원을 들인 그의 첫 호박 농사는 그러나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경험이 없던 탓에 수확 후 관리를 못해 전량 폐기의 아픔을 겪은 것.
첫 실패의 아픔을 그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종묘회사를 찾아가 일본 종자 수입을 특별히 부탁했고, 직접 일본으로 들어가 재배 교육까지 받았습니다. 6,000평의 실패를 교훈삼아 1만2,000평으로 오히려 재배 면적을 늘렸어요. 분명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의 뚝심만큼 그해 농사는 성공. 이듬해인 1999년 1만2,000평 밭에서 10만여개의 밤호박을 수확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 판로가 발목을 잡았다.
광주지역 백화점에 납품을 시도했지만, 낮은 인지도 탓에 번번이 거절. 하지만 간신히 얻은 시식행사에서 하루 3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등 대박을 치면서 문턱을 낮춰갔다.
TV 홈쇼핑에서의 매진 행렬은 지금 호박사랑을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여차례 이상 문을 두드린 끝에 얻은 ‘농수산물 TV 홈쇼핑’에서 17회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그해 2,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의 작지만 큰 성공, 가능성의 확인은 지역 농가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함평지역 24개 농가가 모여 시작한 작목반은 2001년 70여 농가로 확대됐고, 밤호박과 단호박의 국내 인지도와 시장 규모도 덩달아 성장했다.
지금의 호박사랑영농조합법인의 탄생은 지난 2005년 이뤄졌다. 현재 제주에서 강원까지 모두 690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고, 올해 여름 재배면적만도 전국 300만평에 달한다.
매출도 급상승해 지난해 27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기상여건이 따라주지 않은 올해도 작년과 같은 수준의 매출을 예고하고 있다.
백화점 한 곳 뚫기 힘들었던 판로도 온라인 판매를 비롯, 전국 각지의 마트, 백화점에 꾸준히 납품되고 있다.
15년 판매계약을 맺은 NS홈쇼핑 등 TV 홈쇼핑에서도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올해 소셜커머스인 ‘티켓몬스터’에 업계 처음으로 상품을 상장, 전량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니 밤호박 전국 유통량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등 사실상 국내 시장을 점령한 백 대표와 호박사랑의 판로는 해외로 이어져 지난 2007년 9월 일본에 70t(1억4,000만원)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백 대표는 “밤호박, 단호박의 효시인 일본에서 씨앗을 들여온 지 10여년만에 일본 공략에 성공했다”며 “우리땅에서 자란 호박이 일본 식탁에 오른다는 그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호박사랑의 일본 수출은 꾸준히 이어져 지난 2009년 110t(2억4,000만원)을 수출한데 이어 올해도 모두 520여t(11억원)의 물량을 납품하고 있다. 특히 호박사랑의 일본 수출 상품은 일본어가 아닌 ‘함평 호박사랑’이라는 한글 문구가 적힌 포장지에 쌓여 납품되고 있어 함평 친환경 농산물의 일본 인지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또 여름철 가격 하락 시기에 호박을 대량으로 일본에 수출해 국내 호박 가격 안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호박의 생산과 유통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가공 상품 판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출시된 호박관련 상품만도 호박즙, 단호박 떡국, 수제비, 떡볶이, 캔디, 국수 빵 등 10여종이 넘는다.
올해 출시해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된 렌지용단호박도 큰 호응을 얻었고, 앞으로 단호박 막걸리·두부 판매도 준비 중이다.
이같은 호박사랑의 성과는 철저한 품질관리에 따른 고품질 상품 생산에 기인한다.
재배에서부터 관리, 선별, 숙성, 출하까지 백 대표의 손이 거치지 않는 곳이 없는 철저한 관리시스템은 국내 유명 홈쇼핑은 물론 까다롭기로 알려진 일본의 품질 인증이 증명하고 있다.
“고품질 상품 생산을 위해 엄격한 재배 관리 매뉴얼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토양을 분석해 적합한 종자와 비료를 공급하고 있는 게 첫 번째예요. 미숙과는 전량 폐기처분하며 수매단가를 10등급으로 차등화해 공중재배 등 고품질 생산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법인 가입 조건도 까다롭고 교육도 철저하다.
“신용불량자와 1,000평 미만의 농가는 조합 가입이 안됩니다. 당연히 해당 지역 작목반에 먼저 가입해야 하고요. 평균 수익을 떨어뜨리는 농가는 1년에 50명씩 탈락합니다. 조합원이면 누구나 1년 3회의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고요.”
첫해 수익 2,000만원에서 300억원 가까운 법인으로 성장한 백 대표지만 아쉬움도 적지않다.
규모화가 대표적이다.
“전국 농수산물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호박이 정작 국내 주산지로 알려진 함평에서는 특산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행정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산업화, 규모화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당장 강원도 홍천에서 치고 들어오고 있어요. 지역특산품으로 인정받아 저온 저장고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는 “공중 재배 등 생산 농가들에 대한 행정지원이 이뤄지면 현재 보다 고품질 상품 생산량이 2배 이상 높아질 것이다”며 “경관을 이용한 지역의 녹색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의 꿈은 뭘까.
“일본 등 해외에서 경쟁력은 이미 검증됐고 또 충분합니다. 신품종 개발을 비롯, 철저한 기술 교육으로 품질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수출단지를 조성해 수출 물량을 꾸준히 늘려나가는 등 함평 호박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