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에 묻혀버린 농업인의 날
- 작성일
- 2011-11-10
- 등록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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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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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빼빼로 데이에 묻혀버린 농업인의 날
출처 : 남도일보(2011. 11. 10)
11월 11일, 내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본임을 널리 알리고 농업인의 긍지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 1996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해 기리고 있다.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된다는 배경을 지녔다. 그러나 농업인의 날을 맞은 농민들의 마음은 우울하기만 하다. 인건비도 건지기 힘 드는 쌀값 때문에 한숨이 깊다.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각종 행사를 진행 중에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가래떡 데이 행사’이다. 쌀 소비를 촉진해 농촌을 돕자는 것이 행사 취지다. 그렇지만 이 가래떡 데이 행사는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일부 농민·시민단체들의 소규모 행사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어린 학생들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빼빼로 데이’인 11월 11일이 축제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과업체들이 상술을 발휘, 이 날을 ‘빼빼로 데이’로 정한 뒤 각종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특정 상품을 주고받는 것이 주요한 청소년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 해서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요란스럽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대하면서 아쉬움이 크다. 제과업체들의 얄팍하고 천박한 상술에 온 국민이 놀아나고 있는 듯싶어 씁쓸하다. 근본적으로는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 청소년들에게 가치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대 광고주인 제과업체들의 눈치를 보면서 무분별한 빼빼로 데이 확산에 일조한 언론들의 잘못도 결코 작지 않다.
자녀들에게 빼빼로 과자를 살 용돈을 건네는 대신 우리 농촌의 현실을 쉽게 설명해주고 나라사랑의 한 가지 방법으로 빼빼로 대신 떡볶이 같은 것을 사먹으면 어떻겠냐고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농업박람회 등을 관람하면서 농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청소년들이 많아진 만큼 기성세대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당부분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진다.
가래떡을 이용한 음식은 청소년들이 쉽게 즐겨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청소년의 입맛과 문화에 맞는 쌀 음식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빼빼로 데이 선물로 대체할 수 있는 인스턴트 떡볶이나 쌀강정, 소형 쌀 케익 상품 개발이 절실하다. 농업인의 날이 빼빼로 데이에 묻혀 버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는 대신, 한데 모여 떡볶이를 먹으며 국민들에게 농촌사랑을 호소하는 그런 노력들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