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없는 꽃 알스트로메리아로 성공향기 ‘폴폴’
- 작성일
-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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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남매일(2012. 2. 23)
2007년 관상용 꽃 재배 개척…친환경농법으로 상종가
보온커텐 등 철저한 시설에 작물 사랑 더해 부농 성큼
전문단지 조성·수출 길 뚫어 장성 대표브랜드 육성 꿈
22일 오후 장성군 황룡면 장산리 이준흥씨(34)의 비닐하우스 단지. ‘순수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씨의 비닐하우스는 꽃을 키우는 여느 화훼농가와는 사뭇 달랐다.
출하 직전, 박스 포장이 한창이지만 그득해야 할 꽃 내음 대신 흰색, 핑크, 빨강, 분홍 등 화려한 색의 자태만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꽃을 기르는 비닐하우스인 탓에 후끈한 열기를 기대했지만 예상 밖, 기분좋은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쌌다. 추위에 강하고 향기 없는 꽃이지만 화려함만은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알스트로메리아’다. 이름도 낯선 이 꽃을 통해 ‘부농’의 꿈에 성큼 다가선 젊은 농군 이준흥씨의 ‘알스트로메리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교 졸업 후 광주에서 형과 함께 인테리어 일을 할 때였죠. 이곳에서 상추와 쌈 채소 농사를 짓던 부모님이 내려와 농사지을 것을 권유했어요. 당시 부모님이 친환경 재배를 통해 계약납품을 하고 계셨죠. 시세를 보니 1박스에 1만원선으로 한달 2,000박스를 팔아 2,0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 걸 보고 되겠다 싶었죠. 그길로 나고 자란 고향으로 내려왔어요. 그때가 26살이던 2004년 이었죠.”
억대 부농의 꿈을 그리던 그의 꿈은 그러나 녹록치 않았다.
“2005년과 2006년 사이 1,800평이던 규모를 3,000평까지 늘려 상추를 비롯, 케일 등 10여가지 쌈 채소를 재배했어요. 하지만 1년 내내 돌려도 총수익이 1억5,000만원에 그친 거예요. 애초 계획했던 2억4,000만원에 턱없이 모자랐죠.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신통치 않았죠. 농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죠.”
그의 고민은 의외에 곳에서 풀렸다.
“체계적 이론 구축을 위해 2005년부터 전남과학대 화훼원예과에 입학했어요. 두 번째 학기 강의 중 알스트로메리아라는 꽃 이야기를 들었죠.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시범재배 중이라는 사실도 함께 알았죠. 하지만 낯선 작목인데다 경기에 민감한 꽃의 특성 등을 봤을 때 가능성엔 의문이 들어 듣고 지나칠 생각이었죠. 그때 교수로 강의중이던 농업기술원 차성충 박사께서 끈질기게 설득하셨어요.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과 함께요.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고 곧바로 재배에 뛰어들었어요.”
2007년 10월 0.2ha(600평)의 비닐하우스에 꽃을 심은 그는 당시 전남에서는 처음으로 알스트로메리아 재배를 시작한 해남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비닐하우스에서 보일러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탓에 행여 보일러가 꺼질까 꼬박 1년을 농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저온성 식물로 장미 등 일반꽃보다는 3도에서 5도이상 낮은 12도 안팎에서도 잘 자라는 점, 향은 없지만 꽃이 아름답고 색이 다양해 관상용으로 상품성을 크다는 점 등 알스트로메리아의 특성과 매력도 하나하나 깨우쳐갔다.
“알스트로메리아는 나무 한주 가격이 2만4,000원선으로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절화수명이 겨울철 3주 정도로 일반 꽃보다 2배 이상 길죠. 병해충에 강해 실내온도만 잘 유지하면 키우기도 어렵지 않죠. 한번 식재하면 5년 이상 사계절 내내 수확이 가능하다는 건 가장 큰 장점이죠. 재배 시작 후 수확 첫해인 2008년 평당(5~6주 식재) 9만원씩 5,400만원의 수입을 올려 3,200만원을 남겼죠.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선 2009년에는 9,000만원(평당 15만)의 총수입 중 기름값 등을 빼고 5,500만원의 수익을 올렸죠. 쌈 채소 농사도 병행했기 때문에 제법 큰 벌이를 하기 시작한거죠.”
판로는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과 도매상가가 주된 거래처다.
길이 80cm 이상이 A급으로 평가받는 이씨의 알스트로메리아는 공판장 등지에서 늘 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남다른 노하우덕이다.
“화학비료에 의존하지 않고 EM균 등 미생물농법으로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죠. 꽃 뿐 아니라 쌈 채소도 마찬가지고요. 내재해형 하우스에서부터 쿨링시설, 보온커텐, 온풍기 설치 등 이상기후에 대비한 준비도 철저히 했죠. 부모님의 30년 노하우도 큰 힘이 됐죠. 무엇보다 작물에 대한 사랑과 열정, 성공에 대한 갈망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1,300평 규모의 쌈 채소와 알스트로메리아 농사를 더해 순수익만 7,500만원 가량을 올렸다. 억대 부농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알스트로메리아 재배 이후 4년간 평당 평균 13만원 정도의 수익을 유지하고 있어요. 우연한 기회에 접한 꽃의 가능성이 현실로 바뀌자 형에게도 농사를 권했죠. 2008년부터는 형도 내려와 750평 규모의 꽃을 키우고 있어요. 온 가족이 알스트로메리아와 쌈 채소 재배에 매달리고 있는 셈이죠. 쌈 채소의 경우 인건비가 50% 정도 차지하는데 반해 알스트로메리아 600평 정도는 부부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해나갈 수 있어 기름값을 제외하고는 온전히 남는 장사죠.”
국내 보급된 50여 품종 중 9가지를 재배하고 있는 그는 올해 가을 재배면적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700여평 정도 더 재배 면적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평당 조수입도 15만원선으로 올려볼 생각이고요. 전남이 전국 알스트로메리아 재배면적의 95%(5ha)를 점하고 있는데 반해 장성에서는 저 혼자 농사를 짓고 있죠. 주변 농가의 재배를 유도해 전문재배단지 조성도 목표예요. 무엇보다 수출길을 뚫어 알스트로메리아를 장성의 대표브랜드로 육성해보고 싶어요. 농업기술센터를 비롯, 전남도와 장성군이 뒷받침해주고 있는만큼 충분히 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해요.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국내 알스트로메리아 분야의 1인자가 될 겁니다.”
정근산 기자